1940-1950년대
소년에게
차디찬 아침이슬
진주가 빛나는 못가
연꽃 하나 다복히 피고
소년아 네가 났다니
맑은 넋에 깃들여
박꽃처럼 자랐어라
큰강 목놓아 흘러
여울은 흰 돌쪽마다
소리 석양을 새기고
너는 준마(駿馬) 달리며
죽도(竹刀) 져 곧은 기운을
목숨같이 사랑했거늘
거리를 쫓아 다녀도
분수(噴水)있는 풍경 속에
동상답게 서봐도 좋다
서풍 뺨을 스치고
하늘 한가 구름 뜨는 곳
희고 푸른 지음을 노래하며
그래 가락은 흔들리고
별들 춥다 얼어붙고
너조차 미친들 어떠랴
주석
준마(駿馬) 썩 잘 달리는 좋은 말. 패기와 힘찬 기상을 상징하며, 소년의 씩씩함을 나타낸다.
죽도(竹刀) 검도 연습에 쓰는 대나무 칼. 무예와 곧은 기개를 단련하는 도구로, 소년의 강직한 정신을 표상한다.
지음(知音) 자기를 알아주는 참된 벗, 또는 음악의 깊은 정취. 여기서는 희고 푸른 자연과 교감하는 마음·가락의 뜻으로 읽힌다.
심상·해설
아침 이슬에 진주처럼 빛나는 연못가 연꽃과 박꽃처럼 맑게 자란 소년이, 준마를 달리고 죽도를 멘 곧은 기상으로 얼어붙은 별 아래에서도 거침없이 나아가는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