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초순 달
죽어가는 하룻날의 끝과
생겨나는 하룻밤의 처음과의
어두움도 밝음도 아닌
황혼의 서녘 하늘에,
짧은 목숨과도 같이
애닯은 사랑과도 같게,
한동안 떠돌다 가는 쓰러지는
U자 같은 새빨간
초순의 반달이여.
주석
초순(初旬) 한 달 가운데 1일부터 10일까지의 기간. 이 무렵에 뜨는 가느다란 반달을 가리킨다.
U자 같은 초승에 가까운 반달이 위로 휘어 알파벳 U 모양을 이룬 것을 묘사한 표현. 서구 문물을 받아들인 근대 시의 감각이 엿보인다.
심상·해설
낮이 저물고 밤이 시작되는 황혼의 서녘 하늘에, 짧은 목숨이나 애달픈 사랑처럼 잠시 떠돌다 스러지는 새빨간 U자 모양의 가느다란 반달이 또렷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