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유랑의 노래
흐름에 따라 돈다 땅 끝에서 땅 끝에
구름길 자취 없다 떠도는 외손,
갈바람 살살 불어 벌레 소리 애닯다,
생각은 끝이 없다 오늘과 내일.
바람에 따라 돈다 가람에도 뭍으로
빈 들은 쓸쓸하다 홀몸의 외손,
먼 앞길 해는 넘어 종소리가 들린다,
생각은 끝이 없다 아침과 저녁.
흐름에 따라 돈다 땅 끝에서 땅 끝에
하늘에 별 빛난다 떠도는 외손,
풀밭에 꿈을 펴매 이 세상은 쓸쓸타
생각은 끝이 없다 긴 밤과 대낮.
바람에 따라 돈다 가람에서 뭍으로
몸 하나 바람 없다 홀몸의 외손,
죽으면 남음 없어 때바퀴는 빠르다,
생각은 끝이 없다 죽음과 삶.
주석
외손 외로운 나그네. '손'은 손님, 곧 길 가는 나그네를 뜻한다.
갈바람 가을바람.
가람 강(江)의 옛말.
때바퀴 세월의 수레바퀴.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비유한다.
심상·해설
물과 바람을 따라 땅끝에서 땅끝으로 떠도는 외로운 나그네가, 빈 들과 별빛 아래에서 삶과 죽음을 끝없이 헤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