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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상
1920년대

나의 이상

김억 · 1920년대
그대는 먼 곳에서 반득거리는 내 길을 밝혀주는 외로운 빛, 한줄기의 적은 빛을 그저 따르며 미욱스럽게도 나는 걸어가노라. 그대가 있기에 쉼도 없고 그대가 있기에 바람도 있나니, 아아 나는 그대에게 매달리어 티끌 가득한 내 세상에서 허덕이노라. 나는 아노라, 그대의 꽃에는 목숨의 흐름이 무늬 고운 물결을 짓는 아름다운 봄날의 꽃밭 속에서 화평(화평)의 꿈이 웃음으로 맺어짐을. 나의 발은 피곤에 거듭된 피곤, 나의 가슴에는 가득한 새까만 어두움! 아아 그대 꽃 없다면, 나의 몸이야 어떻게 걸으며 어떻게 살으랴. 아아 애닯아라, 그대의 꽃은 한 끝도 없는 머나먼 지평선 끝! 그러나, 나는 그저 걸으려노라, 눈 먼 새 외동무를 따라가듯이.

주석

화평(和平) 마음이 평온하고 화목함, 평화.

미욱스럽다 어리석고 둔하다. 사리에 어둡다는 뜻.

외동무 오직 하나뿐인 동무, 외로운 벗.

심상·해설

티끌 가득한 어두운 세상에서 멀리 반짝이는 외로운 빛 하나를 좇아, 닿을 수 없는 지평선 끝의 꽃을 향해 눈먼 새처럼 묵묵히 걸어가는 이상에의 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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