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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1920년대

임종

정지용 · 1920년대
나의 림종하는 밤은 귀또리 하나도 울지 말라. 나종 죄를 들으신 神父는 거룩한 産婆처럼 나의靈魂을 갈르시라. 聖母就潔禮 미사때 쓰고 남은 黃燭불! 담머리에 숙인 해바라기꽃과 함께 다른 세상의 太陽을 사모하여 돌으라. 永遠한 나그내ㅅ길 路資로 오시는 聖主 예수의 쓰신 圓光! 나의 령혼에 七色의 무지개를 심으시라. 나의 평생이오 나종인 괴롬! 사랑의 白金도가니에 불이 되라. 달고 달으신 聖母의 일흠 불으기에 나의 입술을 타게하라.

주석

성모취결례(聖母就潔禮) 예수 봉헌 축일(2월 2일). 마리아가 출산 후 정결례를 행하고 아기 예수를 성전에 봉헌한 일을 기념하는 가톨릭 축일.

황촉(黃燭)불 밀랍으로 만든 누런 초의 불. 미사·제사에 쓰임.

노자(路資) 먼 길을 떠날 때 드는 비용. 여기서는 죽음 이후의 여정을 위한 영적 양식을 뜻함.

원광(圓光) 성인의 머리 둘레에 둥글게 그려지는 빛, 후광(後光).

성주(聖主) 거룩하신 주님, 곧 예수 그리스도.

심상·해설

임종의 밤, 신부의 종부성사와 황촛불 아래 다른 세상의 태양을 사모하며 영혼에 일곱 빛깔 무지개를 심어 달라 기도하는, 죽음을 거룩한 봉헌으로 맞이하는 신앙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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