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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
1930년대

연보

이육사 · 1930년대
'너는 돌다리목에 줘왔다'던 할머니 핀잔이 참이라고 하자 나는 진정 강(江)언덕 그 마을에 버려진 문받이였은지 몰라? 그러기에 열여덟 새봄은 버들피리 곡조에 불어보내고 첫사랑이 흘러간 항구(港口)의 밤 눈물섞어 마신 술 피보다 달더라 공명이 마다곤들 언제 말이나 했나? 바람에 붙여 돌아온 고장도 비고 서리밟고 걸어간 새벽길 우에 간(肝)입만 새하얗게 단풍이 들어 거미줄만 발목에 걸린다 해도 쇠사슬을 잡아맨 듯 무거워졌다 눈 우에 걸어가면 자욱이 지리라고 때로는 설래이며 파람도 불지

주석

연보(年譜) 한 사람의 살아온 내력을 연대순으로 적은 기록. 시인이 자신의 반생을 돌아보는 형식이다.

문받이 '문둥이'의 방언. 강가 마을에 버려진 천덕꾸러기로 자신을 낮춰 표현한 것이다.

간(肝)입 간과 입. 옥살이와 고초로 속까지 새하얗게 세어 버린 시인의 시련을 단풍에 빗대었다.

심상·해설

버림받은 아이로 자라 첫사랑과 옥고를 거쳐 온 반평생을 돌아보며, 서리 밟는 새벽길 위에서도 휘파람을 부는 시인의 쓸쓸하면서도 의연한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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