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춘수삼제
1
이른 아침 골목길을 미나리 장수가 길게 외고 갑니다.
할머니의 흐린 동자(瞳子)는 창공(蒼空)에 무엇을 달리시는지,
아마도 ×에 간 맏아들의 입맛(味覺)을 그려나보나 봐요.
2
시냇가 버드나무 이따금 흐느적거립니다,
표모(漂母)의 방망이 소린 왜 저리 모날까요,
쨍쨍한 이 볕살에 누더기만 빨기는 짜증이 난 게죠.
3
빌딩의 피뢰침(避雷針)에 아즈랑이 걸려서 헐떡거립니다,
돌아온 제비떼 포사선(抛射線)을 그리며 날려재재거리는 건,
깃들인 옛집터를 찾아 못 찾는 괴롬 같구려
四月五日
주석
춘수삼제(春愁三題) '봄날의 시름을 세 가지 제목으로 읊다'라는 뜻. 봄 풍경에 식민지 백성의 애수를 담은 연작이다.
×에 간 맏아들 검열로 가려진 표현. 옥(獄)에 갇히거나 멀리 떠난 아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표모(漂母) 빨래하는 아낙네. 본래 한신(韓信)을 도운 빨래터 아낙의 고사에서 온 말이다.
포사선(抛射線) 포물선. 제비가 날며 그리는 곡선을 가리킨다.
심상·해설
봄 아침 미나리 장수의 외침, 빨래터 방망이 소리, 빌딩 피뢰침에 걸린 아지랑이와 둥지를 잃고 헤매는 제비까지, 화창한 봄 풍경 속에 스민 식민지 백성의 시름이 또렷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