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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와 푸른 소
1920년대

솔개와 푸른 소

박용철 · 1920년대
1 새파란하늘 아득히높고 개미무리 다만 부지런하다. 나래든솔개 훨씬 잡아두르고 닭의무리 울밑에 몸을숨기다. 아득함에 질리어 동그래진 내눈은 그만 아찔하게 내어둘리다. 「있으나마나!」 내맘은 다만 절망에 가라……가라앉는다. 2 까만 바위낭 아래 푸른소 모든 그림자를 늘름 삼키다. 저긴 가지끝에 가뭇한새 그래도 제그림자를 노래하고있다. 이 크고넓은 놈이 덮개같아여 나는 벗어날수없이 붙들리어. 이만 악물면 겨우겨우 물러나는듯하다, 숨만늦추면 가슴살까지 도로 죄여들어. 눈감은채 몸을 부르르 떨면 내어젓는 팔길까지 얽히었나니. 푸른소밑에 헝클어진머리가 나를 절망에 잡아……잡아들인다.

주석

바위낭 바위 벼랑. '낭'은 벼랑·낭떠러지를 뜻하는 방언.

푸른쏘 (푸른 소) '소(沼)'는 깊고 물이 괴어 푸르게 보이는 웅덩이. 깊은 물웅덩이를 뜻함.

잡아두르고 (솔개가) 날개를 펴 크게 원을 그리며 하늘을 도는 모양.

내어둘리다 (눈앞이) 어지럽게 빙빙 돌려져 아찔해지다.

심상·해설

아득히 높은 하늘을 도는 솔개와, 모든 그림자를 삼키는 검은 벼랑 아래 푸른 물웅덩이가 거대한 덮개처럼 다가와, 벗어나려 할수록 죄어드는 절망에 끌려드는 장면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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