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월광곡
바람이 걸음을 멈추니
병든 낙엽은
마른 가지 위에 잠들고
티끌도
쉴 자리를 탐내는 밤
술 취한 보름달만
밤새를 조롱할 때
잊을 수 없는 그 꿈이 따짜구리되어
고목인 내 가슴을 쪼아내니
저도 모르게
내 마음 흐느껴 울도다
주석
월광곡(月光曲) 달빛을 노래한 곡. 달밤의 애상을 담은 제목이다.
따짜구리 '딱따구리'의 방언. 나무를 쪼는 새. 여기서는 가슴을 쪼는 그리움의 비유.
고목(枯木) 말라 죽은 나무. 메마르고 황량한 시인의 가슴을 비유한다.
심상·해설
바람도 멈춘 적막한 밤, 병든 낙엽이 마른 가지에 잠들고 술 취한 보름달만 떠 있는데, 잊을 수 없는 꿈이 딱따구리처럼 고목 같은 가슴을 쪼아대 저도 모르게 흐느껴 우는 달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