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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노래여
1920년대

옛날의 노래여

김명순 · 1920년대
고요한 옛날의 노래여 꿈 가운데 걸어오는 발자취같이 들렸다 사라지는…… 어머니의 노래여 사랑의 탄식이여 “타방 타방네야 너 어디를 울며 가니 내 어머니 몸 진 곳에 젖 먹으러 울며 간다.” 이는 내 어머니의 가르치신 노래이나 물결 이는 말 못 밑에 이것만 아노라. 옛날의 날 사랑하시는 내 어머니를 큰 사랑을 세상에서 잃은 설움이 멜로디만 황혼을 숨 지을 때 장밋빛으로 열린 들길에는 바람도 애타다. 오래인 노래여 내게 옛 말씀을 들리사 어린이의 설움 속에 이끌어 들이소서 불로초로 수놓은 초록 옷을 입히소서 그러면 나는 만년청(萬年靑)의 빨간 열매 같으리다. 말을 잊은 노래여 음조(音調)만 남아서 길 다한 곳에 레테 강이 흐릅디까 모든 것을 깨쳐버리는 정화수가 흐릅디까 오오 그 물이 내 거울이 되리다. 무언가(無言歌)여 다만 음향이여 나를 이끌어 그대의 말씀 사라진 곳에 내 어머니 몸 진 곳에 산을 넘고 물을 건너라 옛날의 노래여 사라지는 울림이여.

주석

몸 진 곳 몸이 묻힌 곳, 곧 무덤. '몸이 지다'는 죽어 묻힌다는 옛 표현.

타방네 옛 자장가·민요에 등장하는 아이를 부르는 말. 우는 아이를 어르는 노랫말의 한 구절.

만년청(萬年靑) 사철 푸른 잎에 붉은 열매가 달리는 여러해살이풀. 변치 않음과 길상을 상징한다.

레테 강 그리스 신화에서 죽은 이가 건너며 이승의 모든 기억을 잊게 된다는 망각의 강.

무언가(無言歌) 가사 없이 선율만으로 된 노래. 멘델스존의 곡명에서 온 말로, 말을 잃고 가락만 남은 노래를 가리킨다.

심상·해설

꿈결처럼 들렸다 사라지는 어머니의 옛 노랫가락을 따라, 황혼의 장밋빛 들길과 망각의 강을 건너 어머니 묻힌 곳으로 가닿고 싶은 사무친 그리움이 가락처럼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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