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소소
일찍 핀 앉은뱅이
봄을 맞으려고
피었으나 꼭 한 송이
그야 너무 작으나
두더지의 맘 땅속에 숨어
흙 패여 길 갈 때.
내 작은 꼭 한 생각
너무 춥던 설움에는
구름 감추는 애달픔
그야 너무 괴로우나
감람색(甘藍色)의 하늘 위에 숨겨서
다시 한 송이 피울 때.
(평양서)
주석
소소(小笑) 작은 웃음. 작고 여린 것 속에 깃든 희망을 가리키는 제목으로 읽힌다.
앉은뱅이 땅에 바짝 붙어 피는 제비꽃의 다른 이름. 키 작은 봄꽃.
감람색(甘藍色) 양배추 잎의 빛깔, 곧 짙은 초록색. '감람'은 양배추를 뜻한다.
심상·해설
이른 봄 땅에 바짝 붙어 핀 작은 제비꽃 한 송이처럼, 차가운 설움 속에서도 땅속을 파고들 듯 견디며 다시 한 송이 꽃을 피우려는 여린 희망이 도드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