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지하실의 달
깊은 의자에
허리가 빠졌다
담배연기 따라 저 천장 끝으로
가늘어지는 내 시선.
한 손으로
늙은 종려수(棕櫚樹)를 휘잡노니
종려수!
너도 고향이 그리울 게다.
하늘과 달과 구름을
밖에 두고
음휘(陰徽)의 지하실 한구석에 앉아
또 쓴 잔을 손에 듦은
아—
내 영혼과 내 모자는
막고리에 걸렸나니
새아씨여!
갈 때에 부디 벗겨 주오.
주석
종려수(棕櫚樹) 종려나무. 야자과의 상록 교목으로, 이국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환기한다. 원문 '琮櫚樹'는 '棕櫚樹'의 표기로 보인다.
음휘(陰徽) 어둑하고 침침함. 빛이 들지 않는 지하실의 분위기를 가리킨다.
막고리 벽에 박아 모자나 옷을 거는 고리, 곧 옷걸이·모자걸이.
심상·해설
하늘과 달과 구름을 바깥에 둔 채 어둑한 지하 술집 깊은 의자에 묻혀, 담배 연기를 따라 시선을 흘리며 늙은 종려나무를 붙잡고 쓴 술잔을 드는 고독한 사내의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