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신작로
행객(行客)은 오고가고 가고옵니다.
자욱은 자욱밟아 티끌이외다,
바람부니 그나마 티끌 납니다.
님이어, 이 한 생(生)은 신작로(新作路)외까.
신작로(新作路)는 이내 맘 분주도 하이
밤낮으로 행객(行客)은 끊일 때 없네,
먼지 속에 발자욱 어지러우니
꿈타고 지내신 님 어이 찾을고.
행(幸)여나 님 오실까 닦은 신작로(新作路)
낯설은 행객(行客)들만 뭐라 오갈고
쓸데없는 자욱에 먼지만 일고
기두는 님 행차(行次)는 이 날도 없네.
신작로(新作路)엔 자동차(自動車) 달아납니다,
길도 없는 바다를 배는 갑니다,
빈 하늘 푸른 길엔 새가 납니다,
임이여 어느 길을 저는 가리까.
저기서 풀밭 속에 길 있습니다
외마디 자욱길로 어지럽쇠다,
아무도 안다니어 고요하외다,
임이여, 가십시다, 저 길이외다.
주석
행객(行客) 길을 오가는 나그네, 길손.
신작로(新作路) 새로 낸 큰길. 근대에 자동차가 다니도록 닦은 넓은 길을 이른다.
자욱 발자국의 옛말.
기두는 '기다리는'의 옛 표기.
어지럽쇠다 '어지럽소이다(어지럽습니다)'의 옛 표기.
심상·해설
먼지가 자욱이 이는 새 신작로 위로 낯선 길손들만 끝없이 오가고, 정작 기다리는 님의 자취는 보이지 않는 쓸쓸한 길의 풍경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