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자고 새면
─ 벗이여 나는 이즈음 자꾸만 하나의 운명이란 것을 생각코 있다.
자고 새면
이변을 꿈꾸면서
나는 어느 날이나
무사하기를 바랐다
행복되려는 마음이
나를 여러 차례
주검에서 구해준 은혜를
잊지 않지만
행복도 즐거움도
무사한 그날그날 가운데
찾아지지 아니할 때
나의 생활은
꽃 진 장미넝쿨이었다
푸른 잎을 즐기기엔
나의 나이가 너무 어리고
마른 가지를 사랑키엔
더구나 마음이 애띠어
그만 인젠
살려고 무사하려던 생각이
믿기 어려워 한이 되어
몸과 마음이 상할
자리를 비워주는 운명이
애인처럼 그립다.
주석
이변(異變) 뜻밖의 큰 변화. 답답한 현실이 뒤집히기를 바라는 화자의 갈망을 담고 있다.
꽃 진 장미 넝쿨 꽃이 다 떨어진 장미 덩굴. 무사하기만 바라며 보낸 나날이 빛을 잃은 화자의 메마른 삶을 비유한다.
심상·해설
날마다 그저 무사하기만 바라던 삶이 꽃 진 장미 넝쿨처럼 시들해질 때, 차라리 몸과 마음을 흔들 운명을 애인처럼 그리워하는 한 사람의 깊은 회한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