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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팔월로 도라가자
1930년대

우리들의 팔월로 도라가자

김기림 · 1930년대
들과 거리 바다와 기업도 모두 다 바치어 새 나라 세워 가리라- 한낱 벌거숭이로 돌아가 이 나라 지줏돌 고이는 다만 쪼악돌이고저 원하던 오- 우리들의 팔월로 돌아가자. 명예도 지위도 호사스런 살림 다 버리고 구름같이 휘날리는 조국의 깃발 아래 다만 헐벗고 정성스런 종이고저 맹세하던 오- 우리들의 팔월로 돌아가자. 어찌 닭 울기 전 세 번뿐이랴. 다섯 번 일곱 번 그들 모른다 하던 욕된 그날이 아파 땅에 쓰러져 얼굴 부비며 끓는 눈물 눈뿌리 태우던 우리들의 팔월 먼 나라와 옥중과 총칼 사이를 뚫고 헤치며 피 흘린 열렬한 이들마저 한갓 겸손한 심부름꾼이고저 빌던 오- 우리들의 팔월로 돌아가자 끝없는 노염통분 속에서 빚어진 우리들의 꿈 이빨로 물어뜯어 아로새긴 조각 아무도 따를 이 없는 아름다운 땅 만들리라 하늘 우러러 외우치던 우리들의 팔월 부리는 이 부리우는 이 하나 없이 지혜와 의리와 착한 마음이 꽃처럼 피어 천사들 모두 부러워 귀순하느니라 내 팔월의 꿈은 영롱한 보석 바구니 오- 팔월로 돌아가자 나의 창세기 에워싸던 향기론 계절로- 썩은 연기 벽돌더미 먼지 속에서 연꽃처럼 홀란히 피어나던 팔월 오- 우리들의 팔월로 돌아가자

주석

팔월(八月) 1945년 8월 15일 광복의 달. 이 시는 해방의 그 순수한 첫 마음으로 돌아가자고 노래한다.

지줏돌 주춧돌. 기둥 아래에 괴는 돌로, 나라의 밑바탕을 비유한다.

쪼악돌 조약돌. 작고 보잘것없는 돌. 자신을 낮추어 이르는 말.

닭 울기 전 세 번 예수를 세 번 모른다고 한 베드로의 일을 빗댄 것으로, 일제 말기에 양심을 저버린 부끄러운 일을 가리킨다.

창세기 성경 첫 권으로 천지 창조를 다룬다. 여기서는 새 나라가 처음 열리던 해방의 순간을 비유한다.

홀란히 '황홀하게'·'환하게'의 뜻으로 읽히는 말. 눈부시게 피어남을 가리킨다.

심상·해설

명예도 지위도 버리고 새 나라의 조약돌이 되겠다던 해방의 그 순수한 첫 마음, 폐허의 먼지 속에서 연꽃처럼 피어나던 팔월로 돌아가자고 거듭 외치는 벅찬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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