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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서
1920년대

절망에서

박용철 · 1920년대
나는 이제 절망(絶望)의 흙속에 파묻혀 엎드린 한개의 씨 아─ 한없는 어둠………… 과 고요…………………… 그러나 그러나 천 천 이 천 천 이 나는 고개를 든다 천 천 이 천 천 이 그러나 힘있게 우으로 나는 머리를 밀어올린다…… 나는 숨을 쉬었다 지구(地球)를 나는 뚫었다─ 나는 팔을 뻗힌다─ 나는 다리를 뻗힌다─ 아─ 나는 이제 아츰해 비쵠 언덕우에 두팔 처들어 왼몸 훨신 펴고 서있는 오─ 서있는 사람이로라

주석

絶望 절망(絶望). 모든 희망이 끊어진 상태.

地球 지구(地球). 여기서는 씨앗을 덮은 단단한 땅 전체를 가리켜, 그것을 뚫고 솟아나는 생명력을 강조한다.

심상·해설

절망의 흙 속에 묻힌 한 알의 씨앗이 한없는 어둠을 뚫고 천천히, 그러나 힘차게 머리를 밀어 올려, 마침내 아침 해 비친 언덕 위에 두 팔 벌리고 우뚝 선 사람으로 일어서는 강렬한 생명의 약동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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