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해촌의 석양
석양(夕陽)은 갈때집웅을 비처서
적은언덕 잔듸밧헤 반사되얏다
산기슬기 길로 물질너가는 처녀(處女)는
한손으로 부신눈을 가리고 동동거름을 친다
반찜 찡그린 그의이마엔 저늣인 근심이 가늘게 눈섭을 눌넛다
낙시때를 메고 도라오는 어부(漁父)는
개까에 선 노파(老婆)를 맛나서
멀리오는 돗대를 가리치면서
무슨말인지 그칠줄을 모른다
서천(西天)에 지는해는
바다의 고별음악(告別音樂)을 드르면서
짐짓 머뭇머뭇 한다
주석
해촌(海村) 바닷가 마을. 제목은 '바닷가 마을의 석양'이라는 뜻.
갈때집웅 갈대로 이엉을 인 지붕. 바닷가 초가의 모습.
서천(西天) 서쪽 하늘. 해가 지는 쪽.
심상·해설
갈대 지붕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 아래 물 길어 가는 처녀와 돛대를 가리키며 이야기하는 어부와 노파, 그리고 바다에 작별 음악을 들으며 머뭇머뭇 지는 해가 어우러진 평화로운 바닷가 황혼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