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외갓집
엄마에게 손목 잡혀
꿈에 본 외갓집 가던 날
기인 기인 여름해 허둥 지둥 저물어
가도 가도 산과 길과 물뿐……
별떼 총총 못물에 잠기고
덤굴 속 반딧불 흩날려
여호 우는 숲 저 쪽에
흰 달 눈섭을 그릴 무렵
박넝쿨 덮인 초가 마당엔
집보다 더 큰 호두나무 서고
날 보고 웃는 할아버지 얼굴은
시드른 귤처럼 주름졌다
주석
여호 '여우'의 방언.
흰 달 눈섭을 그릴 무렵 초승달이 눈썹처럼 가늘게 떠오를 무렵.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때를 가리킨다.
시드른 '시든'의 옛 표기. 물기가 빠져 쭈글쭈글해진.
심상·해설
엄마 손목 잡고 긴 여름 해 저물도록 산과 물을 지나 다다른 외갓집, 못물에 잠긴 별과 반딧불 날리는 덩굴 사이로 시든 귤처럼 주름진 할아버지가 웃으며 맞아주는 정겨운 유년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