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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6
1920년대

실제 6

박용철 · 1920년대
눈물없다는 자랑하시던 그대언만 남달리 침착하단 말을듣든 그대언만 맘잃고 눈아니마른다 누가 나무라리오 웃읍다 할까하니 웃읍다 말이되냐 설어워 하자하면 그는 좀 이르잖냐 갑작이 큰불안앞에닥쳐 눈물웃음 어쩌리 내이리 침착하다 설마하니 어떨소냐 누이야 그염덜고 아내야 눈물거둬라 머나먼 두어버이께는 맘놓이실 글을쓰자 여보게 죽는단말 어이차마 입에내랴 그일을 속속들이 요량함도 아닐세만 죽었다 한번해봐라 모두 아찔하고나 어이 나를길러 이러한양 보렸든가 네내게 몸을맡겨 이리될줄 알었더냐 못보는 아기얼굴은 미리그려 보노라 기다리든 아비는 너를 못보고간다 아기야 네 일없이자라 큰사람될까 두눈이 모두흐리어 앞이 아니보인다 웃읍고 잔게교를 수없이 꾸몄더니 너를 못만나니 펴볼 날이 없겠고나 어리다 혼이남기를 맘그윽히 바라니 어젯밤 님의눈물 새벽에 궂은비라 쓸쓸한 소리속에 네한몸 싸였느니 감은눈 두줄눈물이 흘러고요 하고나 바람에 가지가지 우줄대는 포플라는 허리를 늠실하며 춤추는 아양일세 내무어 너의자유를 부러함은 아닐다

주석

그염 '걱정', '근심'을 뜻하는 옛말. '그 염 덜고'는 그 걱정을 덜고.

두어버이 (두 어버이) 두 분 부모. 멀리 계신 부모님을 가리킴.

잔게교 (잔 계교) 자질구레한 계교(計巧), 곧 자잘한 꾀나 궁리.

일없이 아무 탈 없이, 별 탈 없이. '일없이 자라'는 무사히 자라.

우줄대는 (가지가) 가볍게 율동적으로 흔들거리는 모양.

늠실하며 허리 따위가 부드럽게 굽이치며 움직이는 모양.

심상·해설

죽음을 앞두고 침착하려 애쓰면서도, 끝내 보지 못할 아기의 얼굴을 미리 그려 보며 흐린 눈으로 새벽 궂은비 소리에 두 줄 눈물 흘리는 비통한 장면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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