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가을의 태양은 플라티나의 연미복을 입고
가을의
태양은 게으른 화가입니다.
거리 거리에 머리 숙이고 마주선 벽돌집 사이에
창백한 꿈의 그림자를 그리며 다니는……
쇼윈도우의 마네킹 인형은 홑옷을 벗기우고서
셀룰로이드의 눈동자가 이슬과 같이 슬픕니다.
실업자의 그림자는 공원의 연못가의 갈대에 의지하여
살찐 금붕어를 호리고 있습니다.
가을의 태양(太陽)은 플라티나의 연미복을 입고서
피 빠진 하늘의 얼굴을 산보하는
침묵한 화가입니다.
주석
플라티나 백금(platina). 차고 창백하게 빛나는 흰 금속으로, 핏기 없는 가을 햇살을 비유함.
연미복 뒷자락이 제비 꼬리처럼 갈라진 서양 예복.
셀룰로이드 초기의 합성 플라스틱. 인형 눈동자의 차고 인공적인 광택을 이름.
심상·해설
백금빛 연미복을 입은 가을 태양이 게으른 화가처럼 창백한 도시를 거니는 가운데, 홑옷 벗은 마네킹의 차가운 눈과 연못가에 기댄 실업자의 그림자가 핏기 없는 도시의 우수를 그려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