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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예술
1920년대

생의 예술

한용운 · 1920년대
모르는결에 쉬어지는 한숨은 봄바람이되어서 야윈얼골을 비치는 거울에 이슬꽃을 핍니다 나의 주위(周圍)에는 화기(和氣)라고는 한숨의 봄바람밖에는 아모것도없습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수정(水晶)이되어서 깨끗한 슬픔의 성경(聖境)을 비칩니다 나는 눈물의 수정(水晶)이아니면 이세상에 보물(寶物)이라고는 하나도없습니다 한숨의봄바람과 눈물의수정(水晶)은 떠난님을 그리워하는 정(情)의 추수(秋收)입니다 저리고쓰린 슬픔은 힘이되고 열(熱)이되어서 어린양(羊)과같은 적은목숨을 살아 움직이게합니다 님이주시는 한숨과눈물은 아름다운 생(生)의 예술(藝術)입니다

주석

화기(和氣) 따뜻하고 화목한 기운.

성경(聖境) 성스러운 경지·경계. 종교적으로 거룩한 마음의 영역.

정(情)의 추수(秋收) 정을 거두어들임. '추수'는 가을걷이로, 그리움이 맺은 결실을 비유.

심상·해설

한숨이 봄바람 되어 거울에 이슬꽃을 피우고 눈물이 수정으로 맑게 빛나며, 슬픔마저 삶을 살리는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되는 정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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