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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
1920년대

나의 길

한용운 · 1920년대
이세상에는 길도 만키도함니다 산에는 돍길이잇슴니다 바다에는 뱃길이잇슴니다 공중에는 달과별의길이잇슴니다 강가에서 낙시질하는사람은 모래위에 발자최를내임이다 들에서 나물캐는女子는 방초를밟슴니다 악한사람은 죄의길을조처감니다 의잇는사람은 올은일을위하야는 칼날을밟슴니다 서산에지는 해는 붉은놀을밟슴니다 봄아츰의 맑은이슬은 꽃머리에서 미끄름탐니다 그러나 나의길은 이세상에 둘밧게업슴니다 하나는 님의품에안기는 길임니다 그러치아니하면 죽엄의품에안기는 길임니다 그것은 만일 님의품에안기지못하면 다른길은 죽엄의길보다 험하고 괴로은까닭임니다 아아 나의길은 누가내엿슴닛가 아아 이세상에는 님이아니고는 나의길을 내일수가 업슴니다 그런데 나의길을 님이내엿스면 죽엄의길은 웨내섯슬가요

주석

방초(芳草) 향기로운 풀.

칼날을 밟다 옳은 일을 위해 죽음도 무릅쓰는 위태로운 길을 가는 것을 비유한 표현.

심상·해설

세상에 온갖 길이 있어도 자신에게는 님의 품에 안기는 길과 죽음의 길 둘뿐이라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건 결연한 마음이 절벽 끝에 선 듯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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