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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1920년대

님의 침묵

한용운 · 1920년대
님은갓슴니다 아아 사랑하는나의님은 갓슴니다 푸른산빗을깨치고 단풍나무숩을향하야난 적은길을 거러서 참어떨치고 갓슴니다 황금의꽃가티 굿고빗나든 옛맹서는 차듸찬띄끌이되야서 한숨의미풍에 나러갓슴니다 날카로은 첫「키쓰」의추억은 나의운명의지침을 돌너노코 뒷거름처서 사러젓슴니다 나는 향긔로은 님의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은 님의얼골에 눈머럿슴니다 사랑도 사람의일이라 맛날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녀하고경계하지 아니한것은아니지만 리별은 뜻밧긔일이되고 놀난가슴은 새로은슯음에 터짐니다 그러나 리별을 쓸데업는 눈물의원천을만들고 마는것은 스스로 사랑을깨치는것인줄 아는까닭에 것잡을수업는 슯음의힘을 옴겨서 새희망의 정수박이에 드러부엇슴니다 우리는 맛날때에 떠날것을염녀하는것과가티 떠날때에 다시맛날것을 밋슴니다 아아 님은갓지마는 나는 님을보내지 아니하얏슴니다 제곡조를못이기는 사랑의노래는 님의침묵을 휩싸고돔니다

주석

미풍(微風) 솔솔 부는 약한 바람.

지침(指針) 나침반 따위의 방향을 가리키는 바늘. 여기서는 운명의 방향을 가리키는 바늘이라는 뜻.

정수박이 '정수리'의 옛말. 머리 위의 한가운데.

심상·해설

단풍 숲 사이 작은 길로 차마 떠나간 님과, 티끌이 되어 흩어진 옛 맹세를 슬퍼하면서도 다시 만날 것을 믿으며 님을 보내지 않았다 외치는, 이별을 넘어서는 사랑의 절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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