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논개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에
날과밤으로 흐르고흐르는 남강은 가지안슴니다
바람과비에 우두커니섯는 촉석루는 살가튼광음을따러서 다름질침니다
논개여 나에게 우름과우슴을 동시에주는 사랑하는논개여
그대는 조선의무덤가온대 피엿든 조흔꽃의하나이다 그레서 그향긔는 썩지안는다
나는 시인으로 그대의애인이되얏노라
그대는어데잇너뇨 죽지안한그대가 이세상에는업고나
나는 황금의칼에베혀진 꽃과가티 향긔롭고 애처로은 그대의당년을 회상한다
술향긔에목마친 고요한노래는 옥에무친 썩은칼을 울녓다
춤추는소매를 안고도는 무서은찬바람은 귀신나라의꽃숩풀을 거처서 떠러지는해를 얼녓다
간얄핀 그대의마음은 비록침착하얏지만 떨니는것보다도 더욱무서웟다
아름답고무독한 그대의눈은 비록우섯지만 우는것보다도 더욱슯엇다
붉은듯하다가 푸르고 푸른듯하다가 희여지며 가늘게떨니는 그대의 입설은 우슴의조운이냐 우름의모우이냐 새벽달의비밀이냐 이슬꽃의상징이냐
빗비가튼 그대의손에 꺽기우지못한 낙화대의남은꽃은 부끄럼에취하야 얼골이붉엇다
옥가튼 그대의발꿈치에 밟히운 강언적의 묵은이끼는 교긍에넘처서 푸른사롱으로 자기의제명을 가리엇다
아아 나는 그대도업는 빈무덤가튼집을 그대의집이라고 부름니다
만일 이름뿐이나마 그대의집도업스면 그대의이름을 불너볼기회가업는 까닭임니다
나는 꽃을사랑함니다 마는 그대의집에 픠여잇는꽃을 꺽글수는 업슴니다
그대의집에 픠여잇는꽃을 꺽그랴면 나의창자가 먼저꺽거지는 까닭임니다
나는 꽃을사랑함니다 마는 그대의집에 꽃을심을수는 업슴니다
그대의집에 꽃을심으랴면 나의가슴에 가시가 먼저심어지는 까닭임니다
용서하여요 논개여 금석가튼 굿은언약을 저바린 것은 그대가아니오 나임니다
용서하여요 논개여 쓸쓸하고호젓한 잠자리에 외로히누어서 끼친 한에 울고잇는 것은 내가아니오 그대임니다
나의가슴에 「사랑」의글자를 황금으로색여서 그대의사당에 기념비를세운들 그대에게 무슨위로가 되오릿가
나의노래에 「눈물」의곡조를 낙인으로찍어서 그대의사당에 제종을울닌대도 나에게 무슨속죄가 되오릿가
나는 다만 그대의유언대로 그대에게다 하지못한사랑을 영원히 다른 여자에게 주지아니할뿐임니다 그것은 그대의얼골과가티 이즐수가업는 맹서임니다
용서하여요 논개여 그대가용서하면 나의죄는 신에게 참회를아니한대도 사러지것슴니다
천추에 죽지안는 논개여
하루도 살수업는 논개여
그대를사랑하는 나의마음이 얼마나 질거으며 얼마나 슯흐것는가
나는 우슴이제워서 눈물이되고 눈물이제워서 우슴이됨니다
용서하여요 사랑하는 오오 논개여
주석
논개(論介) 임진왜란 때 진주성이 함락된 뒤 촉석루 아래 의암(義巖)에서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함께 뛰어들어 순국한 의기(義妓).
남강(南江) 경상남도 진주를 흐르는 강. 진주성과 촉석루가 이 강가에 있다.
촉석루(矗石樓) 진주 남강 가에 있는 누각. 논개가 왜장과 함께 강에 뛰어든 의암이 그 아래에 있다.
광음(光陰) 햇빛과 그늘, 곧 흘러가는 세월·시간을 이르는 말.
당년(當年) 그 일이 있던 바로 그 시절, 그해.
조운모우(朝雲暮雨) '아침 구름과 저녁 비'. 본래 중국 초나라 회왕의 고사에서 남녀의 정교(情交)를 이르는 말이나, 여기서는 변화무쌍한 논개의 표정을 비유한다.
낙화대(落花臺) 꽃이 떨어진 누대라는 뜻으로, 논개가 몸을 던진 의암 일대를 가리키는 표현.
교긍(驕矜) 교만하게 자랑함, 우쭐하여 뽐냄.
사롱(紗籠) 비단으로 둘러 만든 깁, 여기서는 이끼가 푸르게 덮어 자기 이름을 가린 모습을 비단 장막에 비유한 표현.
제명(題名) 이름을 써넣음, 또는 그렇게 새긴 이름.
사당(祠堂)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집. 논개를 기리는 사당(의기사)을 가리킨다.
천추(千秋) 천 년의 세월, 곧 아주 오랜 세월.
심상·해설
흐르는 남강과 우뚝 선 촉석루를 배경으로, 왜장을 안고 순국한 논개를 애인 삼아 부르는 시인의 격정이 웃음과 눈물 사이를 오가며 비장하게 솟구치는 장면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