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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보며
1920년대

달을 보며

한용운 · 1920년대
달은밝고 당신이 하도긔루엇슴니다 자던옷을 고처입고 뜰에나와 퍼지르고안저서 달을한참보앗슴니다 달은 차차차 당신의얼골이 되더니 넓은이마 둥근코 아름다은수염이 녁녁히보임니다 간해에는 당신의얼골이 달로보이더니 오날밤에는 달이 당신의얼골이됨니다 당신의얼골이 달이기에 나의얼골도 달이되얏슴니다 나의얼골은 금음달이된줄을 당신이아심닛가 아아 당신의얼골이 달이기에 나의얼골도 달이되얏슴니다

주석

긔루었습니다 '그리웠습니다'의 옛 표기. 한용운이 즐겨 쓴 '긔룹다'는 그립고 사랑스럽다는 뜻.

역력(歷歷)히 환히 알 수 있도록 또렷하게.

그믐달 음력 그믐께 새벽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가늘게 이지러진 달. 여기서는 님 생각에 야위어 가는 자신을 비유한다.

심상·해설

그리움에 잠 못 들어 뜰에 나와 달을 보니 그 속에 당신의 얼굴이 또렷이 떠오르고, 마주 보는 자신의 얼굴은 야위어 가는 그믐달이 되었다는 애틋함이 달빛처럼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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