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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1920년대

저주

김명순 · 1920년대
길바닥에, 구르는 사랑아 주린 이의 입에서 굴러 나와 사람 사람의 귀를 흔들었다 ‘사랑’이란 거짓말아. 처녀의 가슴에서 피를 뽑는 아귀야 눈먼 이의 손길에서 부서져 착한 여인들의 한을 지었다. ‘사랑’이란 거짓말아. 내가 미덥지 않은 미덥지 않은 너를 어떤 날은 만나지라고 기도하고 어떤 날은 만나지지 말라고 염불한다 속이고 또 속이는 단순한 거짓말아. 주린 이의 입에서 굴러서 눈먼 이의 손길에 부서지는 것아 내 마음에서 사라져라 오오 ‘사랑’이란 거짓말아!

주석

아귀(餓鬼) 불교에서 늘 굶주림에 시달리는 귀신. 사람을 갉아먹는 탐욕스러운 존재를 비유한다.

염불(念佛)한다 본래 부처를 외는 일이나, 여기서는 간절히 빌고 되뇐다는 뜻으로 쓰였다.

심상·해설

길바닥을 구르는 거짓된 사랑을 아귀에 빗대어, 만나기를 빌었다 말기를 빌었다 하는 모순된 마음과 함께 사랑을 저주하는 격정이 휘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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