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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관 속에
1920년대

유리관 속에

김명순 · 1920년대
뵈는 듯 마는 듯한 설움 속에 잡힌 목숨이 아직 남아서 오늘도 괴로움을 참았다 작은 작은 것의 생명과 같이 잡힌 몸이거든 이 서러움 이 아픔은 무엇이냐. 금단의 여인과 사랑하시던 옛날의 왕자와 같이 유리관 속에 춤추면 살 줄 믿고 이 아련한 서러움 속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사랑하면 재미나게 살 수 있다기에 미덥지 않는 세상에 살아왔었다. 지금 이 뵈는 듯 마는 듯한 관 속에 생장(生葬)되는 이 답답함을 어찌하랴 미련한 나! 미련한 나!

주석

금단(禁斷)의 여인 사랑이 금지된 여인. 닿을 수 없는 사랑의 대상을 가리킨다.

생장(生葬) 살아 있는 채로 땅에 묻음. 산 채로 갇혀 죽어가는 처지를 비유한다.

심상·해설

투명한 유리관 속에 산 채로 갇혀 춤추듯 버티는 한 여인의 모습이, 보일 듯 말 듯한 설움과 답답함으로 가슴을 조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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