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유리관 속에
뵈는 듯 마는 듯한 설움 속에
잡힌 목숨이 아직 남아서
오늘도 괴로움을 참았다
작은 작은 것의 생명과 같이
잡힌 몸이거든
이 서러움 이 아픔은 무엇이냐.
금단의 여인과 사랑하시던
옛날의 왕자와 같이
유리관 속에 춤추면 살 줄 믿고
이 아련한 서러움 속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사랑하면
재미나게 살 수 있다기에
미덥지 않는 세상에 살아왔었다.
지금 이 뵈는 듯 마는 듯한 관 속에
생장(生葬)되는 이 답답함을 어찌하랴
미련한 나! 미련한 나!
주석
금단(禁斷)의 여인 사랑이 금지된 여인. 닿을 수 없는 사랑의 대상을 가리킨다.
생장(生葬) 살아 있는 채로 땅에 묻음. 산 채로 갇혀 죽어가는 처지를 비유한다.
심상·해설
투명한 유리관 속에 산 채로 갇혀 춤추듯 버티는 한 여인의 모습이, 보일 듯 말 듯한 설움과 답답함으로 가슴을 조여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