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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비밀
1920년대

수의 비밀

한용운 · 1920년대
나는 당신의옷을 다지어 놓았습니다 심의(深衣)도 짓고 도포(道袍)도 짓고 자리옷도 지었습니다 짓지 아니한것은 적은주머니에 수(繡)놓는것뿐입니다 그주머니는 나의 손때가 많이 묻었습니다 짓다가 놓아두고 짓다가 놓아두고한 까닭입니다 다른사람들은 나의 바느질솜씨가 없는줄로 알지마는 그러한비밀은 나밖에는 아는사람이 없습니다 나는 마음이 아프고 쓰린때에 주머니에 수를 놓으려면 나의마음은 수놓는 금실을 따라서 바늘구녕으로 들어가고 주머니속에서 맑은노래가 나와서 나의마음이됩니다 그리고 아직 이세상에는 그주머니에 넣을만한 무슨보물이 없습니다 이적은주머니는 지으시려셔 짓지못하는것이 아니라 짓고싶어서 다짓지 않는것입니다

주석

심의(深衣) 유학자가 입던, 위아래가 이어진 흰 예복.

도포(道袍) 예전에 남자가 평상시나 예복으로 입던 겉옷.

자리옷 잠잘 때 입는 옷, 곧 잠옷.

심상·해설

임의 옷을 다 짓고도 작은 주머니만은 일부러 끝내지 않으며, 수놓는 금실을 따라 마음이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고 맑은 노래가 흘러나오는 애틋한 기다림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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