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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1920년대

생명

한용운 · 1920년대
닻과 키를 잃고 거친바다에 표류(漂流)된 적은 생명(生命)의배는 아직 발견(發見)도 아니된 황금(黃金)의나라를 꿈꾸는 한줄기 희망(希望)이 나반침(羅盤針)이되고 항로(航路)가되고 순풍(順風)이되어서 물결의 한끝은 하늘을치고 다른물결의 한끝은 땅을치는 무서운바다에 배질합니다 님이여 님에게 바치는 이적은 생명(生命)을 힘껏 껴안아주서요 이적은 생명(生命)이 님의품에서 으스러진다 하야도 환희(歡喜)의 영지(靈地)에서 순정(殉情)한 생명(生命)의 파편(破片)은 최귀(最貴)한 보석(寶石)이되어서 조각조각이 적당(適當)히 이어져서 님의가슴에 사랑의 휘장(徽章)을 걸겠습니다 님이여 끝없는 사막(沙漠)에 한가지의 깃들일 나무도없는 적은새인 나의 생명(生命)을 님의가슴에 으스러지도록 껴안아주서요 그리고 부서진 생명(生命)의 조각조각에 입맞춰주서요

주석

나반침(羅盤針) 나침반(羅針盤)의 옛 표기. 방위를 가리키는 기구.

영지(靈地) 신성하고 영험한 땅. 여기서는 기쁨이 충만한 신성한 경지를 뜻함.

순정(殉情) 정(情)을 위해 목숨을 바침. '순(殉)'은 따라 죽음.

휘장(徽章) 신분·소속·명예 등을 나타내는 표지(badge). 여기서는 사랑의 증표.

심상·해설

닻과 키를 잃고 거친 바다를 떠도는 작은 생명의 배가 임의 품에 안기기를 갈망하며, 부서져도 보석이 되는 헌신적 사랑의 절박함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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