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사랑의 불
산천초목(山川草木)에 붙는불은 수인씨(燧人氏)가 내셨습니다
청춘(靑春)의 음악(音樂)에 무도(舞蹈)하는 나의가슴을 태우는불은 가는님이 내셨습니다
촉석루(矗石樓)를 안고돌며 푸른물결의 그윽한품에 논개(論介)의 청춘(靑春)을 잠재우는 남강(南江)의 흐르는물아
모란봉(牧丹峯)의 키스를 받고 계월향(桂月香)의 무정(無情)을 저주(咀呪)하면서 능라도(綾羅島)를 감돌아 흐르는 실연자(失戀者)인 대동강(大洞江)아
그대들의 권위(權威)로도 애태우는불은 끄지못할줄을 번연히 아지마는 입버릇으로 불러보았다
만일 그대네가 쓰리고 아픈슬픔으로 조리다가 폭발(爆發)되는 가슴가운데의불을 끌수가 있다면 그대들이 님 그리운사람을 위하여 노래를부를때에 잇다감잇다감 목이메어 소리를 이루지못함은 무슨 까닭인가
남들이 볼수없는 그대네의 가슴속에도 애태우는 불꽃이 거꾸로 타들어가는것을 나는본다
오오 님의 정열(情熱)의눈물과 나의 감격(感激)의눈물이 마주닿아서 합류(合流)가되는때에 그눈물의 첫방울로 나의가슴의 불을끄고 그다음방울을 그대네의 가슴에 뿌려주리라
주석
수인씨(燧人氏) 중국 고대 전설에서 나무를 비벼 불을 처음 만들어 인간에게 가르쳤다는 삼황(三皇)의 하나. 불의 기원을 뜻함.
촉석루(矗石樓) 경남 진주 남강 가에 있는 누각. 임진왜란 때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투신한 곳으로 유명.
논개(論介) 임진왜란 때 진주성이 함락되자 촉석루에서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투신해 순국한 의기(義妓).
남강(南江) 진주를 흐르는 강. 논개 투신의 무대.
모란봉(牧丹峯) 평양 대동강 가의 봉우리. 경승지.
계월향(桂月香) 임진왜란 때 평양에서 왜장을 속여 김응서로 하여금 죽이게 하고 자신도 순국한 평양 기생.
능라도(綾羅島) 평양 대동강에 있는 섬. 버드나무로 유명한 명소.
대동강(大洞江) 평양을 흐르는 강. 모란봉·능라도를 끼고 흐름.
심상·해설
가슴을 태우는 사랑의 불길이 진주 남강과 평양 대동강을 따라 흐르고, 정열과 감격의 눈물이 합류하여 그 불을 끄는 장엄한 장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