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1910년대
적
―네 만일 너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이는 사랑이 아니니라. 너의 적을 사랑하고 너를 미워하는 자를 사랑하라 「복음서」
1
너희들의 적을 사랑하라―
나는 이때 예수교도임을 자랑한다.
적이 나를 죽도록 미워했을 때,
나는 적에 대한 어찌할 수 없는 미움을 배웠다.
적이 내 벗을 죽음으로써 괴롭혔을 때,
나는 우정을 적에 대한 잔인으로 고치었다.
적이 드디어 내 벗의 한사람을 죽였을 때,
나는 복수의 비싼 진리를 배웠다.
적이 우리들의 모두를 노리었을 때,
나는 곧 섬멸의 수학을 배웠다.
적이여! 너는 내 최대의 교사,
사랑스런 것! 너의 이름은 적이다.
2
때로 내가 이 수학 공부에 게을렀을 때,
적이여! 너는 칼날을 가지고 나에게 근면을 가르치었다.
때로 내가 무모한 돌격을 시험했을 때,
적이여! 너는 아픈 타격으로 전진을 위한 퇴각을 가르치었다.
때로 내가 비겁하게도 진격을 주저했을 때,
적이여! 너는 뜻하지 않은 공격으로 나에게 전진을 가르치었다.
만일 네가 없으면 참말로 사칙법(사칙법)도 모를 우리에게,
적이여! 너는 전진과 퇴각의 고등수학을 가르치었다.
패배의 이슬이 찬 우리들의 잔등 위에 너의 참혹한 육박이 없었더면,
적이여! 어찌 우리들의 가슴속에 사는 청춘의 정신이 불탔겠는가?
오오! 사랑스럽기 한이 없는 나의 필생의 동무
적이여! 정말 너는 우리들의 용기다.
너의 적을 사랑하라!
복음서는 나의 광영이다.
주석
사칙법(四則法) 덧셈·뺄셈·곱셈·나눗셈의 네 가지 셈법, 곧 사칙연산. 가장 기초적인 셈을 뜻한다.
육박(肉薄) 몸으로 바싹 다가가 맞붙어 싸움. 적과의 백병전 같은 직접 충돌을 가리킨다.
심상·해설
복음서의 '적을 사랑하라'를 뒤집어, 적이야말로 나를 단련시킨 스승이자 동무라 외치는 역설을 통해 투지를 벼리는 격정과 결의가 칼날처럼 번뜩인다.
낭독 지시
Style: 역설을 곱씹듯 또박또박, '적이여' 부를 때마다 힘을 실어 점층하고, 끝 행은 단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