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귀테르만
내가 이 검은 돌에서 새겨낼 큰 신이여
나밖에 다른 이 눈에는 숨어 있는 이여
바라노니 나의 재주가 그대를 밖에 나타내고
사람들이 절하게 될 때 내가 절하지 않음을 허락하라
그래 내가 지금 그대에게 드리는 기도와 같이
그때에 내가 어떤 더 큰 신에게—그대와 마찬가지로
내 정신 속에 배어질—그 일 끝나고 그이도 나타날 때
그의 새로운 제단으로부터 몸을 돌릴 힘을 빌게 하라
아니 나로 하여금 한 꿈에서 다시 더 갸륵한 꿈을 따르게 하라
내가 아무런 데 다다라도 만족지 않게 하라
언제나 한때의 승리를 박차고 영원한 탐구를 갖게 하라
내 손으로 만들어놓은 신들을 내버리고
영혼에 나타나 뵈었으나 만들어지지 않은 신을 위하여.
주석
귀테르만 스위스 출신의 독일계 시인 막스 구터만(Max Gauterman) 등으로 추정되는 외국 시인. 이 작품은 박용철이 옮긴 번역시다.
검은 돌에서 새겨낼 신 조각가가 검은 돌(대리석·화강암)을 깎아 신상을 만드는 행위를 비유한 것으로, 예술가의 끝없는 창조와 자기 초월을 노래한다.
제단(祭壇)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단. 여기서는 예술가가 만들어낸 작품(우상)에 대한 숭배의 자리를 뜻한다.
심상·해설
검은 돌을 깎아 신을 새기는 조각가가, 자기가 빚은 어떤 신상에도 절하지 않고 늘 더 거룩한 꿈을 좇겠다고 다짐하는, 예술가의 영원한 자기 초월 의지가 비장하게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