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휠록
나는 좋아 않는다 너의 미(美)가 모든 사람 눈에
열심(熱心)한 사랑의 불을 불붙여 줌을 보기를,
또는 네가 지나갈 제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욕망(欲望)의 열(熱)이 누구의 뺨에 떠오름을,
시끄러운 세상의 황홀한 길 위에서
너의 갸륵한 미(美)가 떠드는 제목이 될 때—
내 사랑이 기도드리는 너의 입술
나의 모든 비밀(秘密)을 불어 내놓은 금빛 머리—
그러한 때 나는 너를 내 팔에 안고 싶다
낙망(落望)되고 외롭고 깨어지고 버림받아
너의 찬란함 다 없어지고 모든 아름다움 잃어버린,
그때는 내 사랑이 그의 오만(傲慢)한 무시(無視)를 증명하리라
그래 나는 너를 가슴에 끌어 대고 증명하리라
내가 사랑한 것이 다만 너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던 것을
주석
휠록 존 홀 휠록(John Hall Wheelock, 1886~1978). 미국 시인. 연인의 외적 아름다움이 다 스러진 뒤에야 비로소 참사랑이 증명된다는 내용을 박용철이 옮긴 것이다.
오만한 무시 원시의 'proud indifference'를 옮긴 말로, 세상의 평가나 미모의 성쇠에 흔들리지 않는 사랑의 도도한 무관심을 뜻한다.
낙망(落望) 희망을 잃음. 곧 절망(絶望).
심상·해설
뭇사람의 눈을 사로잡는 연인의 미모를 오히려 꺼리는 화자는, 그 아름다움이 다 무너진 날에야 참사랑을 증명하겠다 다짐한다. 외양 너머의 깊은 사랑이 뜨겁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