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조춘
이른 봄 작은 언덕
쌓인 눈을 저어 마소
제 아무리 차다기로
돋은 움을 어이하리
봄옷을 새로 지어
가신 님께 보내고저
새 봄이 오단말가
매화야 물어보자.
눈바람에 막힌 길을
제 어이 오단말가.
매화는 말이 없고
봉오리만 맺더라
봄동산 눈이 녹아
꽃뿌리를 적시도다.
찬바람에 못 견디는
어여쁜 꽃나무야
간 겨울 내리는 눈이
봄의 사도(使徒)이니라.
주석
조춘(早春) 이른 봄.
저어 마소 '마구 헤치거나 휘젓지 마소'의 옛 표현.
엄/움 초목에 새로 돋아나는 싹.
오단말가 '왔단 말인가'의 옛 표현.
사도(使徒) 사명을 띠고 보내진 자. 여기서는 겨울 눈이 봄을 불러오는 전령(前令) 역할을 함을 비유.
심상·해설
쌓인 눈 밑에서 움이 돋고 매화가 봉오리를 맺는 이른 봄 언덕에서, 녹는 눈이 꽃뿌리를 적시며 겨울이 봄을 불러오는 생명의 전환이 따스하게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