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슬픔의 삼매
하늘의푸른빛과같이 깨끗한 죽엄은 군동(群動)을 정화(淨化)합니다
허무(虛無)의빛(光)인 고요한밤은 대지(大地)에 군림(君臨)하였습니다
힘없는 촛불아래에 사리고 들이고 외로이누어있는 오오 님이여
눈물의바다에 꽃배를 띄웠습니다
꽃배는 님을싣고 소리도없이 가라앉았습니다
나는 슬픔의 삼매(三昧)에 「아공(我空)」이되었습니다
꽃향기의 무르녹은안개에 취(醉)하야 청춘(靑春)의 광야(曠野)에 비틀걸음치는 미인(美人)이여
죽엄을 기럭이털보다도 가벼웁게 여기고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얼음처럼마시는 사랑의 광인(狂人)이여
아아 사랑에 병들어 자기(自己)의사랑에게 자살(自殺)을 권고(勸告)하는 사랑의 실패자(失敗者)여
그대는 만족(滿足)한사랑을 받기위하야 나의팔에 안겨요
나의팔은 그대의사랑의 분신(分身)인줄을 그대는 왜 모르서요
주석
삼매(三昧) 불교에서 잡념을 떠나 한 가지에 정신을 집중해 흔들리지 않는 경지(산스크리트 samādhi).
군동(群動) 온갖 움직이는 것들, 곧 세상의 모든 생동하는 존재.
아공(我空) 불교 용어로, '나'라는 실체가 본래 비어 있어 고정된 자아가 없음을 깨닫는 경지(아공·법공의 아공).
광야(曠野) 넓고 아득하게 트인 들판.
심상·해설
허무의 빛이 군림한 고요한 밤, 눈물의 바다에 띄운 꽃배가 임을 싣고 소리 없이 가라앉으며, 슬픔의 극한에서 자아가 비워지는 신비롭고 비통한 정경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