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세한의불도희작
세한무구착 (歲寒無舊着)
자각일신다 (自覺一身多)
소인지차의 (少人知此意)
범숙근여하 (范叔近如何)
주석
세한(歲寒) 한 해 중 가장 추운 때, 곧 한겨울. 절개·곤궁을 시험받는 시기를 상징하기도 함.
구착(舊着) 오래 입어 온 헌 옷.
일신다(一身多) 직역하면 '한 몸이 많다'로, 가진 것 없는 처지에 몸 하나마저 군더더기처럼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는 뜻.
범숙(范叔) 전국시대 위(魏)나라 사람 범저(范雎, 범수). 모진 고초 끝에 진(秦)나라 재상에 오른 인물로, 추위에 떨던 그에게 옛 친구 수가(須賈)가 솜두루마기를 건넨 고사가 전함. 곤궁 속의 옛정을 환기하는 전거.
희작(戱作) 장난삼아 가볍게 지은 글이라는 뜻. 제목 '세한의 불도 희작'은 한겨울 불도(佛道)를 두고 희롱조로 지었음을 시사.
심상·해설
헐벗은 한겨울, 입을 옛 옷마저 없어 제 한 몸이 거추장스러운 처지에서 추위에 떨던 범저의 고사를 떠올리며 옛정을 그리는 쓸쓸한 정경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