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언터마이어
1930년대

언터마이어

박용철 · 1930년대
하나님 우리는 하소연을 질기지 않나이다 구덩이 속이 무슨 노리터가 아닌 줄도 아나이다 그러나— 비가 오면 물만 흠ㅅ벅 고이고 그러고— 치움과 어둠이 있을 뿐입니다. 하나님 당신은 이게 무언 줄 모르시리다 당신은 햇빛 잘 나는 당신의 하날에 계셔 깜ㅅ작새 사라지는 유성을 바라보시며 해를 늘 곁에 가져 다숩게 지내시오니 하나님 당신이 만일 저 달을 따서 당신의 모자 우에 등ㅅ불 삼아 달으신대도 이 캄캄하고 축축한데 나려와 계시면 당신도 얼마 안 해 멀미를 내시리다 우에는 다만 검정 어둠이 있을 뿐 움직이는 것은 석탄 실은 수레 밖에 하나님 당신이 우리의 사랑을 바라시면 우리에게 한 우큼 별이라도 뿌려 주옵소서. 기도 하나님 우리의 생이 다만 헡거품이고 스사로 하는 일이 무언 줄 모른다 해도 믿음도 없이 손으로 더듬는다 해도 지도록 싸홀 마음을 내게 주소서 항상 반항하는 마음을 갖게 하옵고 유순함보다는 용감하게 하옵고 미지근한 만족에 빠지지 않게 하옵고 크나큰 의심으로 채워 주소서 나의 눈을 띄워 미로 휘둘리고 놀람이 빛나는 것을 보게 하소서 그러나 내가 항상 더러운 것들과 게서 나어 게서 죽는 것을 보게 하소서 내 귀를 음악에 열어 주소서 내가 봄의 첫 피리와 북 소리에 감격하게 하소서 그러나 내가 저 빈민굴의 괴로운 노래를 잊지 말게 하소서 타협과 반거치일에 들지 않게 하시고 완고하고 굳건한 자랑을 가지고 마침내 싸홈을 이기는 때이라도 하나님 내가 만족지 않게 지켜줍소서. 의심 하나님 나는 당신께 돌아갑니다 사월날에 시골길로 당신이 나와 같이 걸으실 때 내 믿음은 피여납니다 가장 일즉 터지는 움으로 매마른 세계를 부끄럽히는 나무 같이. 내 믿음은 살아납니다 붉으레한 안개 속에 클로버 핀 언덕들이 가만이 우슴질 제 젊은 바람이 적은 새의 깨끗한 황홀을 울려낼 제 여기에 오 하나님 내 기쁨과 찬송이 있나이다. 허나 이제 사람 많은 길거리와 숨막는 공기 상하고 더러워져 몰려 다니는 사람들과 지나치게 번적이는 큰 길거리 넘우 소리 높은 우슴 속뷔인 소리침 질검에 미치고 근심에 우는 도회 여기에 오 하나님 나의 침묵과 의심이 있나이다.

주석

언터마이어 루이스 언터마이어(Louis Untermeyer, 1885~1977). 미국의 시인·평론가. 여기 옮긴 시들은 가난한 자의 처지에서 신에게 항의하고 기도하며 의심하는 종교적 독백이다.

반거치일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 어중간함을 뜻하는 옛말.

심상·해설

빛 가득한 하늘의 신에게 어두운 구덩이의 가난을 하소연하며, 안일한 만족 대신 끝까지 싸울 의지와 의심을 달라 청하는 격정적 기도가 그려진다.

박용철의 다른 작품

비슷한 심상의 다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