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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키
1930년대

레키

박용철 · 1930년대
네가 내게 사랑 온 것은 너의 아름다움의 힘만이 아니다 해 넘어갈 제의 고요함이 가장 너의 참얼굴을 나타낸다 의심과 슬픔과 괴로움 위에 가라앉히는 향료를 흘림도 너요 생의 분위기를 빛나고 거룩한 고요로 만든다 너의 동정심이 살짝 스치면 얼어붙었던 마음도 열리고 어두워지고 시들 말랐던 마음은 너를 위해 빛과 열매를 이룬다 아— 수많은 꽃이 눈에 안 보이고 생의 가장 친근한 길 위에 돋는다 그래 평범한 생과 평범한 것들이 너의 칭찬에 더 귀한 것이 된다

주석

레키 아일랜드의 역사가이자 수필가 윌리엄 레키(W. E. H. Lecky)로 추정되는 외국 시인. 이 작품은 박용철이 옮긴 번역시로, 사랑하는 이의 고요하고 너그러운 품성을 기린다.

향료(香料) 향기를 내는 물질. 여기서는 의심과 슬픔과 괴로움을 가라앉혀 마음을 진정시키는 위안의 작용을 비유한다.

심상·해설

겉모습의 아름다움보다 해 질 녘 같은 고요와 따뜻한 동정심으로 다가오는 사랑이, 얼어붙고 메마른 마음을 녹여 길가에 보이지 않던 꽃을 피워 올리고 평범한 삶마저 귀하게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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