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갈리엔
너는 놀랍지 아니하냐 시인아
비록 네 이미 죽어 흙 되었을지라도
내가 어떻게 내 가슴에 가까이
너의 시를 갖다 대이는 줄을 알면.
밤에는 내 잠자리로 이를 가지고 가
자기 전에 거기 입 맞추고
다시 저 섬세한 아침이 들여다볼 때에
입 맞춘다.
보라 내가 어떻게 너의 책장을
여기서 햇빛에 쬐이는가를
이 책장 사이로 장미화 사이로 지나는 바람같이
미풍이 지나가리라.
알라— 내가 어떻게 네 시를 들고
거기 내 얼굴을 파묻는가를
어젯밤에 이를 꽃의 심장에다 꼭 닿이고
또는 더 귀한 곳에 깊이 대임같이.
생각하라 시인아 내가 너를 사랑함같이
밖에 천 사람이 사랑한다
사랑은 여인까지 너를 저 어여쁜 가슴에
대이기를 좋아한다.
너 즐겁지 아니하냐 시인아
나는 이따금 꿈꾼다 내가
네 해 같은 그런 향그런 명예를 위하여는
즐거이 노래하다 죽으리라고.
말해보아라 너는 너의 영광을
나의 이 젊음과 바꾸려느냐
나는 이 햇볕 속의 나의 생명을
너의 큰 노래와 즐겨 바꾸련다.
주석
갈리엔 프랑스계 영국 시인·평론가 리처드 르 갈리엔(Richard Le Gallienne)으로 추정. 이 작품은 박용철이 그의 시를 우리말로 옮긴 번역시다.
네 해 같은 명예 '너의 것과 같은(네 것 같은)' 명예라는 뜻으로, 시인이 누리는 영광을 가리킨다.
심상·해설
죽어 흙이 된 시인의 시집을 가슴에 품고 밤마다 입 맞추는 한 독자의 사랑이, 젊음과 생명마저 그 위대한 노래와 바꾸겠다는 뜨거운 고백으로 번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