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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에서
1900-1910년대

해상에서

임화 · 1900-1910년대
가라앉듯 멀리 대마도 남단은 수평선 위에 스러졌다. 동그란 해가 어느새 붉게 풀려, 남쪽으로 남쪽으로 흐르는 곳, 드문드문 검은 점들은 유구열도(流球列島)인가? 물새들도 어느새 검은 옷을 입어, 눈 선 나그네를 희롱듯 노니는구나! 아아! 불빛이 보인다. 어렴풋 관문해협(關門海峽)의 저녁 불들이 그 가운데는 붉고 푸른 불들도 있다. 연락선은 곤두설 듯 속력(速力)을 돋운다만, 인제 고향은 아득히 멀어졌고, 나는 저 곳 산천의 이름도 못 들었다. ―정녕 이곳에 고향으로 가지고갈 보배가 있는가? ―나는 학생으로부터 무엇이 되어 돌아갈 것인가? 가슴을 짚어보아라, 하얗고 가는 손아, 누구가 이러한 저녁 청년들의 가슴 위에 얹힌 떨리는 손에 흐르는 더운 맥박을 짐작하겠는가. 태평양, 태평양 넓은 바다여! 일본열도 저 위 지금 큰 별 하나이 번적였다. 내일 하늘엔 어떤 바람이 불 것인가? 배는 아직 바다 위에 떠있고, 인제 겨우 동해도연선(東海道沿線)의 긴 열차는 들어온 듯하나, 아아! 나는 두 손을 벌리어 하늘을 안고, 목적한 땅 위에 서 물결치는 태평양을 향하여 고함을 지른다.

주석

유구열도(流球列島) 류큐 열도. 일본 오키나와 일대의 섬들로, '流球'는 '琉球'를 가리킨다.

관문해협(關門海峽) 간몬 해협. 일본 혼슈와 규슈 사이의 좁은 바닷길로, 시모노세키(下關)와 모지(門司)에서 한 자씩 따 온 이름이다.

동해도연선(東海道沿線) 도카이도(東海道) 연선. 도쿄와 오사카·고베를 잇는 일본의 간선 철도가 지나는 지역을 말한다.

심상·해설

고향이 수평선 아래로 사라지고 낯선 항구의 저녁 불빛이 다가오는 바다 위, 무엇이 되어 돌아갈지 자문하는 청년의 떨리는 맥박. 큰 별 하나가 번쩍이는 하늘 아래 두 팔로 하늘을 안고 태평양을 향해 고함치는 결의로 닫힌다.

낭독 지시

Style: 멀어지는 고향을 바라보듯 쓸쓸히 시작해, 두 물음(―) 대목은 자신에게 묻듯 낮게, 마지막 '고함을 지른다'는 터뜨리듯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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