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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일억 자루 나아간다
1940-1950년대

총, 일억 자루 나아간다

김동환 · 1940-1950년대
1 총, 일억 자루 나아간다 총, 일억 자루 나아간다 거친 물결 억센 바람 헤치고서 일억 자루의 총, 일억 국민의 어깨에 메어져 앞으로 나아간다. 이 총끝을 막을 자 누구더냐 이 총자루 당할 자 누구더냐 태평양에, 대서양에 아무도 없고 아세아에 북미주(北米州)에 아무도 없다 아아, 거룩한 싸움터로 일억 자루의 총은 노인의 어깨에도 청년의 어깨에도 메어져 화약 냄새 풍기는 전장으로 전장으로 내닫는다. 2 총, 일억 자루 나아간다 총, 일억 자루 나아간다 높은 산 깊은 바다 헤치고서 일억 자루의 총, 일억 국민의 어깨에 메어져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이 총끝 닿는 곳, 진주만(眞珠灣)이요, 보르네오요, 적도(赤道) 밑이며 이 총소리 들리는 곳, 비율빈(比律賓)이요 포와(布哇), 인도 사람의 귀라 강적 영미(英米)의 심장 찌르려 한다, 그 총자루 오억인가 십억인가, 아아, 장할시고, 그중에도 우리들 청년은 비행기 타고 하늘을 날까 잠항정(潛航艇)에 몸 실어 천 길 물속 헤엄칠까 어뢰(魚雷)를 안을까, 탱크를 몰까 때는 왔다, 때는 왔다 아세아 청년 일어설 날이 왔다. 3 총, 일억 자루 나아간다 총, 일억 자루 나아간다 모진 포위, 억센 압박 헤치고서 일억 자루의 총, 일억 국민의 어깨에 메어져 자꾸자꾸 나아간다 지금은 남미(南米)의 커피밭에도 마닐라의 사탕농원(砂糖農園)에도 화약이요 피빛 냄새뿐이나 강적 영미가 물러가는 날 다시 새는 노래하고 색시는 뽕 따고 아이는 소 치리라 머지않는 평화의 그날 맞기 위하여 우리들은 어서 빵 나눠 먹고 담배 나눠 피우며 한 몸 한 마음 되어 저리 승리의 깃발 날리는 전장으로 전장으로 고함치며 내닫자 4 일본이여, 일본이여 나의 조국 일본이여 어머니여, 어머니여 아세아의 어머니 일본이여 주린 아이 배고파서, 벗은 아이 추워서 젖 달라고, 옷 달라고 십억의 아이 우나이다, 우나이다 그네들은 당신 집 구들이 좁은 줄 아나 당신 마음 넓고 큰 줄 믿고서 지금 두 손 벌려 안아 달라 외칩니다, 외칩니다 약한 몸에 어쩔 길 없어 그 몸 더럽힌 적 있으나 아직도 그 영혼 깨끗하고 그 피 순결하나이다 아아, 늙은 아세아의 산천에 이제 젊은 생명의 소리 들린다, 씩씩하게도 들린다, 오래 적적하던 우리 가슴속에도 새 세기(世紀) 동트는 나팔 소리 들린다, 들린다 우렁차게 -끝-

주석

총, 일억 자루 나아간다 태평양전쟁기 '일억(一億)' 국민이 총을 들고 진군한다는 일제의 총동원 구호를 제목으로 삼은 친일 선전시. '일억'은 일본과 식민지를 아우른 인구를 가리킨다.

진주만(眞珠灣) 하와이의 미 해군 기지. 1941년 12월 일본의 기습 공격으로 태평양전쟁이 시작된 곳.

영미(英米) 영국(英國)과 미국(米國). 태평양전쟁기 일본의 적국을 가리킴.

잠항정(潛航艇) 잠수정. 물속으로 잠항하는 작은 군용 배.

고-히밧/사탕농원 각각 커피밭과 사탕수수 농원. 남미·동남아의 식민지 농장을 가리킴.

나의 조국 일본이여 제4연에서 일본을 '나의 조국'·'아세아의 어머니'로 부르는 등, 이 작품은 일제의 전쟁을 미화한 대표적 친일시이다.

심상·해설

일억 자루의 총이 노인과 청년의 어깨에 메어져 진주만과 적도 너머로 진군하고, 핏빛 화약 냄새 속에서 새 세기를 알리는 나팔이 우렁차게 울리는 총동원의 장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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