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1950년대
적국항복 받고지고
1
싸우고 또 싸우며 제3년 들어서다
이날 아침 간절한 소원 두 가지 있사오라,
첫째는 올해에 '적국 항복' 꼭 받고 싶고
둘째는 우리 동포 모두 '지도민족(指導民族)' 되어지이다.
2
'적국 항복' 받기 위해 우리 피 더욱 흘려
흘린 피 되어요 승(升)에서 두(斗)요 석(石)으로 올리고저,
바치온 돈도 천 원이요 만 원에서
백만이요, 억천만 원으로 올리옵고저.
3
'지도민족' 되기 위해 우리 모두 무장하여
폐하의 주신 검(劍)으로 '조국강토 일본' 지키옵고저
또 우리 아이 모두 '의무교육' 받아 지혜롭고
백성들은 '연성(鍊成)' 받아 병농일여(兵農一如)에 달하옵고저.
4
아세아는 부(富)하고 크라, 올해부터
우리 모두 이 땅의 귀인(貴人)이 되고 지도자 되어지이다.
어서 이 흉적을 물리치고서
어서 우리 자체(自體)를 닦고 씻어서.
주석
적국항복 받고지고 '적국의 항복을 받고 싶다'는 뜻. 태평양전쟁기 일제의 승전을 기원한 친일 시로, 여기서 '적국'은 미국·영국 등 연합국, '조국'은 일본을 가리킨다.
제3년 1941년 12월 개전한 태평양전쟁이 3년째로 접어든 1943~1944년 무렵을 가리킴.
승(升)·두(斗)·석(石) 각각 되·말·섬. 한 말은 열 되, 한 섬은 열 말로, 점점 큰 단위로 늘어남을 뜻함.
연성(鍊成) 단련하여 길러 냄. 일제 말기 국민을 전시 체제에 맞게 훈련시키던 정책 용어.
병농일여(兵農一如) 군사와 농사가 하나라는 뜻. 평시엔 농사짓고 유사시엔 병사가 되는 전시 동원 체제를 이르는 말.
심상·해설
전쟁 삼 년째 아침, 적국의 항복과 '지도민족'이 되기를 빌며 피와 돈을 되·말·섬으로 늘려 바치겠다고 기원하는, 전시 동원의 격앙된 축원 장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