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1950년대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1
연사(年事)는 대농(大農)이요
싸움은 대첩(大捷)인데
이때에 부르시니
더욱 황송하옵네다.
자라긴 좁은 초가집 구들장 위이나
인제, 표범같이 뛰어 뵙지요.
배우긴 소학독본(小學讀本)뿐이오나
인제, 산달같이 일편단심(一片丹心) 걸어 뵙지요.
2
오월 담장에
월계꽃 피듯
인제, 우리 자녀
송이송이 피오리다.
누가 감히 낮추보랴
님이 쓰실 이 소중한 몸을,
누가 감히 범하려 들랴
님이 부르실 이 거룩한 자녀를.
앞으로! 어서, 앞으로!
우리 이천칠백만, 님의 앞으로!
주석
님의 부르심 여기서 '님'은 일왕(천황) 또는 일제 국가를 가리키며, '부르심'은 징병·지원병 동원을 미화한 표현이다. 이 시는 일제 말기 전쟁 동원을 독려한 친일 작품이다.
연사(年事) 그해 농사의 작황. '연사는 대농'은 큰 풍년이라는 뜻.
대첩(大捷) 싸움에서의 큰 승리.
소학독본(小學讀本) 소학교(초등) 과정의 교과서. 배움이 짧음을 겸손히 이르는 말.
일편단심(一片丹心) 한 조각의 붉은 마음. 변치 않는 한결같은 충성심.
이천칠백만 당시 조선의 전체 인구를 가리킴.
심상·해설
풍년과 승리의 때에 부름을 받아 표범처럼 뛰어나가겠다는 다짐 위로, 오월 담장의 월계꽃처럼 자녀가 피어나며 이천칠백만이 앞으로 나아가는 행진의 장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