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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
1920년대

만족

한용운 · 1920년대
세상에 만족이잇너냐 인생에게 만족이잇너냐 잇다면 나에게도 잇스리라 세상에 만족이 잇기는잇지마는 사람의압헤만잇다 거리는 사람의팔기리와갓고 속력은 사람의거름과 비례가된다 만족은 잡을내야 잡을수도업고 버릴내야 버릴수도업다 만족을 엇고보면 어든것은 불만족이오 만족은 의연히 압헤잇다 만족은 우자나성자의 주관적소유가아니면 약자의기대뿐이다 만족은 언제든지 인생과 수적평행이다 나는 차라리 발꿈치를 돌녀서 만족의묵은자최를 밟을까하노라 아아 나는 만족을어덧노라 아즈량이가튼꿈과 금실가튼환상이 님기신꽃동산에 둘닐때에 아아 나는 만족을어덧노라

주석

수적평행(竪的平行) 세로(수직)로 나란히 가는 평행. 아무리 나아가도 영영 만나지 못하는, 늘 앞에 떨어져 있는 상태를 빗댄 말이다.

우자(愚者)·성자(聖者) 어리석은 사람과 성인(聖人). 만족을 자기 것이라 여기는 두 극단을 함께 든 것이다.

아즈량이 '아지랑이'의 옛 표기.

심상·해설

잡으려 하면 꼭 그만큼 앞서 달아나는 만족을, 차라리 뒤돌아 지난 자취를 밟겠다는 깨달음으로 뒤집는다. 아지랑이 같은 꿈이 님의 꽃동산에 어릴 때 비로소 충만해지는 역설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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