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자최
'대 중화민국의 번영을 위하야-'
슬프게 떨리는 유리컵의 쇳소리
거룩한 환담의 불구비 속에서
늙은 왕국의 운명은 흔들리운다.
'솔로몬'의 사자처럼
빨간 술을 빠는 자못 점잖은 입술들
새까만 옷깃에서
생긋이 웃는 흰 장미
'대 중화민국의 분열을 위하야-'
찢어지는 휘장 저편에서
갑자기 유리창이 투덜거린다......
'자려무나 자려무나.'
'꽃 속에 누워서 별에게 안겨서-'
'브람스'처럼 매우 슬픕니다.
꽃은커녕 별도 없는 벤취에서는
꿈들이 바람에 흔들려 소스라쳐 깨었습니다.
하이칼라한 쌘드윗취의 꿈
빈욕한 '삐-프스테잌'의 꿈
건방진 '햄살라드'의 꿈
비겁한 강낭족의 꿈
'나리, 나는 꿈꾼 죄밖에는 없습니다.
식당의 문전에는
천만에, 천만에 간 일이라곤 없습니다.
'.........'
'나리 저건 묵시록의 기사ㅂ니까.'
산빨이 소름 친다.
바다가 몸부림 친다.
휘청거리는 전주의 미끈한 다리
여객기는 태풍이 깃을 피하야
성층권으로 소스라쳐 올라갔다.
경련하는 아세아의 머리 우에 흩어지는 전파의 분수 분수
고국으로 몰려가는 충실한 에-텔의 아들들
국무경 '양키'씨는 수화기를 내던지고
창고의 층층계를 굴러 떨어진다.
실로 한 모금의 소-다수
혹은 아무러치도 아니한 '이놈' 소리와 바꾼 증권들 우에서
붉은 수염이 쓰게 웃었다.
'워싱톤은 가르치기를 정직하여라.'
십자가를 높이 들고
동란에 향하야 귀를 틀어막던
교회당에서는
'하느님이여 카나안으로 이르는 길은
어느 불길 속으로 뚫렸습니까.'
기도의 중품에서 예배는 멈춰섰다.
아무도 '아-멘'을 채 말하기 전에
문으로 문을 쏟아진다......
도서관에서는
사람들은 거꾸로 서는 '소크라테쓰'를 박수합니다.
생도들은 '헤-겔'의 서투른 산술에 아주 탄복합니다.
어저께의 동지를 강변으로 보내기 위하야
자못 변화자재한 형법상의 조건이 조사됩니다.
교수는 지전 우에 인쇄된 박사논문을 낭독합니다.
'노크도 없는 손님은 누구냐.'
'............'
'대답이 없는 놈은 누구냐.'
'.........'
'예의는 지켜야 할 것이다.'
떨리는 조계선에서
하도 심심한 보초는 한 불란서 부인을 멈춰 세웠으나,
어느새 그는 그 여자의 스카-트 밑에 있었습니다.
'베레' 그늘에서 취한 입술이 박애주의자의 웃음을 웃었습니다.
붕산 냄새에 얼빠진 화류가에는 매약회사의 광고지들
이즈러진 알미늄 대야
담뱃집 창고에서
썩은 고무 냄새가 분향을 피운다.
쫓겨난 공자님이 잉잉 울고 섰다.
자도아가 돌을 차고 넘어진다.
전차가 개울에 쓰러진다.
'삘딩'의 숲 속
네거리의 골짝에 몰켜든 검은 대가리들의 하수도
멱처럼 허우적이는 가-느다란 팔들
구언 대신에 허공을 부잡은 지치인 노력
흔들리우는 어깨의 물결
불자동차의
날랜 '사이렌'의 날이
선뜻 무딘 동란을 잘르고 지나갔다.
입마다 불길을 뿜는
마천루의 턱을 어루만지는 분수의 바알
어깨가 떨어진 '마르코 폴로'의 동상이 혼자
네거리의 복판에 가로 서서
군중을 호령하고 싶으나,
모가지가 없습니다.
'라디오 비-큰'에 걸린
비행기의 부러진 죽지
골작을 거꾸로 자빠져 흐르는 비석의 폭포
'소집령도 끝나기 전에 호적부를 어쩐담.'
'그보다는 필요한 납세부'
'그보다도 봉급표를'
'그렇지만 출근부는 없어지는 게 좋아.'
날마다 갈리는 공사의 행렬
승마구락부의 말발굽 소리
'홀'에서 돌아오는 마지막 자동차의 고무바퀴들
묵서가행의 '쿠리'들의 '투리게'
자못 가벼운 두 쌍의 '키드'와 '하이힐'
몇 개의 세대가 뒤섞이어 밟고 간 해안의 가도는
깨어진 벽돌조각과
부서진 유리조각에 얻어맞아서
꼬부라져 자빠져 있다.
날마다 황혼이 채워주는
전등의 훈장을 번쩍이며
세기의 밤중에 버티고 일어섰던
오만한 도시를 함부로 뒤져놓고
태풍은 휘파람을 높이 불며
황하강변으로 비꼬며 간다............
주석
자최 '자취'의 옛 표기. 흔적, 남은 자국이라는 뜻.
솔로몬의 사자(獅子) 구약의 솔로몬 왕의 위엄을 상징하는 사자. 화려한 권력의 이미지로 쓰였다.
국무경(國務卿) 미국의 국무장관(Secretary of State). '양키 씨'는 미국 관료를 비꼰 표현.
에-텔의 아들들 에테르(ether), 곧 전파를 타고 오가는 무선 통신을 의인화한 표현.
조계(租界) 근대 중국 도시 안에 외국이 행정권을 가졌던 거주 구역. 상하이 등지에 있었다.
묵시록(默示錄) 신약 성경 요한 묵시록. 세상의 종말과 심판을 그린다. 파국의 분위기를 암시한다.
자도아 니체가 말한 예언자 '자라투스트라(차라투스트라)'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묵서가(墨西哥) 멕시코의 한자식 표기. '쿠리'는 쿨리(coolie), 곧 동양인 막노동꾼.
마르코 폴로 동방을 여행하고 『동방견문록』을 남긴 베네치아 상인. 그 동상이 목 없이 서 있다는 풍자.
황하(黃河) 중국의 큰 강. 시 전체가 중국 대륙의 격변을 배경으로 함을 암시한다.
심상·해설
중화민국의 연회와 조계, 교회와 도서관, 마천루가 태풍에 휩쓸려 무너지는 묵시록적 도시 풍경을, 목 없는 마르코 폴로 동상과 비석의 폭포로 그려 낸 문명 비판의 환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