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지혜에게 바치는 노래
검은 기관차 차머리마다
장미꽃 쏟아지게 피워서
쪽빛 바닷바람 함북 안겨
비단폭 구름장 휘감아보내마
숨쉬는 강철 꿈을 아는 동물아
황량한 '근대'의 남은 터에 쓰러져
병들어 이즈러져 반신이 피에 젖은
헬라쓰의 오래인 후예. 이 방탕한 세기의 아름소리 들으렴
자못 길들이기 어려운 짐승이더니
지혜의 속삭임에 오늘 점잖이 기죽였구나
풀냄새 싱싱한 산맥을 새어
흰 물결 선을 두른 뭇 대륙의 가장자리 돌아
간 데마다 암묵과 행복만이 사는 아롱진 도시
비취빛 하늘 밑 꽃밭 속의 공장속에서
기계와 피대가 악기처럼 울려 오리
시간과 공간이 아득하게 맞대인 곳
거기서는 무한은 벌써 한낱 어휘가 아니고
주민들의 한이 서린 미각이리라
얽히고 설킨 태양계의 수식의 그물에걸린
날랜 타원형 하나-새로운 별의 탄생이다
주석
피대 벨트(belt)를 뜻하는 옛말. 기계의 두 바퀴 사이에 걸어 동력을 전달하는 띠로, 공장 기계의 상징이다.
헬라쓰 헬라스(Hellas), 곧 고대 그리스. '헬라스의 오랜 후예'는 서구 문명을 가리킨다.
암묵 여기서는 '침묵'의 뜻. 소란 없이 평온한 상태를 이른다.
심상·해설
장미꽃을 피우며 달리는 검은 기관차와 비취빛 하늘 아래 꽃밭 속 공장이 어우러지며, 지혜가 길들인 근대 문명이 새로운 별로 태어나는 밝고 역동적인 미래가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