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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1930년대

기차

김기림 · 1930년대
레일을 쫓아가는 기차는 풍경에 대하여도 파랑빛의 로맨티시즘에 대하여도 지극히 냉담하도록 가르쳤나 보다. 그의 끝없는 여수를 감추기 위하여 그는 그 붉은 정열의 가마 위에 검은 강철의 조끼를 입는다. 내가 식당의 매뉴 뒷등에 (나로 하여금 저 바닷가에서 죽음과 납세와 초대장과 그 수없는 결혼식 청첩과 부고들을 잊어버리고 저 섬들과 바위의 틈에 섞여서 물결의 사랑을 받게 하여주옵소서) 하고 시를 쓰면 기관차란 놈은 그 툰탁한 검은 갑옷 밑에서 커-다란 웃음소리로써 그것을 지워버린다. 나는 그만 화가 나서 나도 그놈처럼 검은 조끼를 입을까 보다 하고 생각해 본다.

주석

여수(旅愁) 객지에서 느끼는 시름과 쓸쓸함. 나그넷길의 수심.

로맨티시즘 낭만주의(romanticism). 감정과 정서를 앞세우는 예술 경향.

납세(納稅) 세금을 냄. 여기서는 죽음·부고와 함께 벗어나고 싶은 일상의 의무를 가리킴.

심상·해설

여수를 감추려 검은 강철 갑옷을 두른 기차에, 죽음과 세금과 온갖 의무를 잊고 바닷가 물결의 사랑을 받고 싶다는 시인의 소망이 비웃음당하는 도시 문명의 냉담함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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