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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기침시간
1930년대

태풍의 기침시간

김기림 · 1930년대
'바가오'의 동쪽 북위 15도 푸른 바다의 침상에서 흰 물결의 이불을 차 던지고 내리쏘는 태양의 금빛 화살에 얼굴을 얻어맞으며, 남해의 늦잠재기 적도의 심술쟁이 태풍이 눈을 떴다. 악어의 싸움동무 돌아올 줄 모르는 장거리선수 화란선장의 붉은 수염이 아무래도 싫다는 따곱쟁이 휘둘리는 검은 모락에 찢기어 흩어지는 구름발 거친 숨소리에 소름치는 어족들 해만을 찾아 숨어드는 물결의 떼 황망히 바다의 장판을 구르며 달리는 빗발의 굵은 다리 '바시'의 어귀에서 그는 문득 바위에 걸터앉아 머리 수그린 헐벗고 늙은 한 사공과 마주쳤다. 흥, '옛날에 옛날에 파선한 사공'인가 봐. 결혼식 손님이 없어서 저런 게지 '오 파우스트' '어디를 덤비고 가나.' '응 북으로.' '또 성이 났나?' '난 잠자고 있을 수가 없어 자넨 또 무엇 땜에 예까지 왔나?' '괴테를 찾아 다니네.' '괴테는 자네를 내버리지 않았나.' '하지만 그는 내게 생각하라고만 가르쳐 주었지. 어떻게 행동하라곤 가르쳐 주지 않았다네. 나는 지금 그게 가지고 싶으네.' 흠, 막난이 파우스트. 흠, 막난이 파우스트. 중앙기상대의 가사의 손은 세계의 1500여 구석의 지소에서 오는 전파를 번역하기에 분주하다. (第一報) 저기압의 중심은 '발칸'의 동북 또는 남미의 고원에 있어 690밀리 때때로 적은 비 뒤에 큰 비 바람은 서북의 방향으로 35미터 (第二報) 폭풍경보 맹렬한 태풍이 남태평양 상에서 일어나 바야흐로 북진 중이다. 풍우 강할 것이다. 아세아의 연안을 경계한다. 한 사명에로 편성된 단파ㆍ단파ㆍ단파ㆍ장파ㆍ단파ㆍ장파ㆍ초단파ㆍ모-든 전파의 동원ㆍ시의 게시판 '산사들은 우비와 현금을 휴대함이 좋을 것이다.'

주석

바가오 필리핀 부근 서태평양의 지명(바기오 또는 그 인근 해역)으로 보이며, 태풍이 발생하는 저위도 해역을 가리킨다.

화란선장 화란(和蘭)은 네덜란드의 음역어. '화란 선장'은 네덜란드 배의 선장으로, 바다를 누비는 서양 항해자를 가리킨다. 전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떠올리게 한다.

바시 바시 해협(Bashi Channel). 타이완과 필리핀 사이의 해협으로, 태풍의 길목이다.

파우스트 괴테의 희곡 주인공 파우스트. 끝없이 행동과 진리를 갈구하는 인물로, 여기서는 잠들지 못하고 북상하는 태풍에 빗대어진다.

괴테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의 작가로, 사색과 행동의 대비를 끌어들이는 인물이다.

막난이 '망나니'의 옛 표기. 함부로 날뛰는 거친 존재를 이르며, 여기서는 통제할 수 없는 태풍을 가리킨다.

가사 관청 등에서 사무를 돕는 여직원을 이르던 말. '중앙기상대의 가사'는 기상 전보를 받아 적는 여성 사무원이다.

심상·해설

잠에서 깬 태풍이 흰 물결 이불을 차 던지고 북으로 내달리는 거대한 의지처럼 그려지고, 기상대의 다급한 경보 전문이 교차하며 자연의 위력이 생생하게 휘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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