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1910년대
세월
시퍼렇게 흘러내리는 노들 강,
나뭇가지를 후려 꺾는 눈보라와 함께
얼어붙어 삼동 긴 겨울에 그것은
살결 센 손등처럼 몇 번 터지고 갈라지며,
또 그 위에 밀물이 넘쳐
얼음은 두 자 석 자 두터워졌다.
봄!
부드러운 바람결 옷깃으로 기어들 제,
얼음판은 풀리고 녹아서,
돈짝 구들장 같은 조각이 되어 황해바다로 흘러간다.
이렇게 때는 흐르고 흘러서, 넓은 산 모서리를 스쳐내리고, 굳은 바위를 깎아,
천리 길 노들 강의 하상을 깔아놓았나니,
세월이여! 흐르는 영원의 것이여!
모든 것을 쌓아 올리고, 모든 것을 허물어 내리는,
오오 흐르는 시간이여, 과거이고 미래인 것이여!
우리들은 이 붉은 산을, 시커먼 바위를,
그리고 흐르는 세월을, 닥쳐오는 미래를,
존엄보다도 그것을 사랑한다.
몸과 마음, 그 밖에 있는 모든 것을 다하여…….
세월이여, 너는 꿈에도 한번
사멸하는 것이 그 길에서 돌아서는 것을 허락한 일이 없고,
과거의 망령이 생탄하는 어린것의 울음 우는 목을 누르게 한 일은 없었다.
너는 언제나 얼음장 같이 냉혹한 품안에
이 모든 것의 차례를 바꿈 없이
담뿍 기르며 흘러 왔다.
우리들은
타는 가슴을 흥분에 두근거리면서 젊은 시대의 대오는
뜨거운 맥이 높이 뛰는 두 손을 쩍 벌리고,
모든 것을 그 아름에 끼고 닥쳐오는 세월! 미래!
그대를 이 지상에 굳건히 부여잡는다.
우리는 역사의 현실이 물결치는 대하 가운데서
썩어지며 무너져가는 그것을 물리칠 확고한 계획과
그것을 향해 갈 독수리와 같이 돌진할 만신의 용기를 가지고,
이 너른 지상의 모든 곳에서 너의 품안으로 다가선다.
오오, 사랑하는 영원한 청춘 세월이여.
너의 그 아름다운 커다란 푸른빛 눈을 크게 뜨고,
오오, 대지의 세계를 둘러보라!
누구가 정말 너의 계획의 계획자이며!
누구가 정말 너의 의지의 실행자인가?
오오, 한 초 한 분
온 세계 위에 긴 날개를 펼치고 날아드는 한 해여!
우리는 너에게 온 세계를 요구한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불 닿는 말썽 가운데서
좋은 것을, 더 좋은 것을.
……
……
……
오오! 감히 어떤 바람이 있어, 어떤 힘이 있어,
물결이여, 돌아서라! 하상이여, 일어나라! 고 손질할 것이며,
세월이여, 퇴거하라! 미래여, 물러가거라! 고 소리치겠는가?
미래여! 사랑하는 영원이여!
세계의 모든 것과 함께 너는 영원히 젊은 우리들의 것이다.
주석
노들강 서울 한강의 노량진 일대를 이르던 옛 이름. '노들나루(노량진)' 앞을 흐르는 강이다.
돈짝 엽전 한 닢만 한 크기. '돈짝만 하다'는 아주 작고 동그란 모양을 빗대는 말이다.
대오(隊伍) 줄지어 늘어선 무리나 행렬. 여기서는 함께 나아가는 젊은 세대의 행렬을 뜻한다.
심상·해설
노들강이 겨울에 얼고 봄에 풀려 바다로 흘러가는 순환을 따라 세월의 거대한 흐름을 그리며, 그 미래를 두 팔로 끌어안으려는 젊은 세대의 뜨거운 의지가 강물처럼 밀어닥친다.
낭독 지시
Style: 강물처럼 도도하게 흐르다 '세월이여' 호명마다 우렁차게 치솟고, 마지막 두 행은 선언하듯 힘차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