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1910년대
바다의 찬가
장하게
날뛰는 것을 위하여,
찬가를 부르자.
바다여
너의 조용한 달밤을랑,
무덤 길에 선
노인들의 추억 속으로,
고스란히 선사하고,
푸른 비석 위에
어루만지듯,
미풍을 즐기게 하자.
파도여!
유쾌하지 않은가!
하늘은 금시로,
돌멩이를 굴린
살얼음판처럼
빠개질 듯하고,
장대 같은 빗줄기가
야……
두 발을 구르며,
동동걸음을 치고,
나는
번개 불에
놀라 날치는
고기 뱃바닥의
비늘을 세고
바다야!
x (너의)
x (가슴에는)
x (사상이 들었느냐)
시인의 입에
마이크 대신
재갈이 물려질 때,
노래하는 열정이
침묵 가운데
최후를 의탁할 때,
바다야!
너는 몸부림치는
육체의 곡조를
반주해라.
주석
× (너의) (가슴에는) (사상이 들었느냐) 발표 당시 일제 검열로 삭제된 부분을 표시한 것. '×'는 지워진 글자를 가리키며, 괄호 안은 원래의 시구로 추정되는 내용이다.
심상·해설
달밤의 고요는 노인들에게 넘겨주고, 번개와 장대비 속에 날뛰는 거친 파도를 향해 찬가를 부른다. 시인의 입에 재갈이 물리는 침묵의 때, 바다더러 몸부림치는 육체의 곡조를 대신 연주하라 외치는 저항의 격정. (x 표시 행은 원전의 검열·결락 부분.)
낭독 지시
Style: 거센 파도처럼 우렁차게 몰아치되 '야……'에서 한 박 멈췄다 터뜨리고, 마지막 명령형은 힘껏 내리꽂아.